사람을 좋아하게 되는건, 미안한 얘기지만 착하다거나 나에게 헌신적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조건이 '너무 착해서'라거나 '나를 정말 좋아하니까'로 충분하다면 실연도 짝사랑도 이소라의 노래도 없겠죠. 중요한 건 언제 어떻게 그사람을 좋아하게 되느냐 하는 건데, 그 순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매력'입니다.
세상에는 재킷을 입을때 어깨의 각도와 담배를 피울 때 둘째 손가락의 방향까지도 멋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회전스시집의 트레일러에서 고등어초밥이 놓인 접시를 골라 자기 앞에 놓는 동작마저도 멋지기 마련이지요. 그런가하면 얘기를 할 때 윗입술의 모양은 뒤집어진 홍합 같고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할 때의 손동작은 야비한 아첨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함께 있다보면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워서 차라리 그시간에 집에 앉아 곰눈도 붙이고 토끼배에 솜도 넣어 십원씩이라도 버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 됩니다.
'매력적인 제스처'는 얼굴의 생김새나 다리길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목소리나 머릿결처럼 태생부터 타고나는 것도 있습니다만, 매력을 발산하는 결정적인 매개체는 목소리보다는 말투, 머릿결보다는 고개를 숙이는 포즈입니다. 클로에 세비그니나 레오그레고리 같은 배우는 '차밍함'이란 걸 손에 쥐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이들이 안고 있으면 비둘기도 왕관앵무새처럼 보이고, 단지 그들이 거기 서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지대의 매연도 비를 품은 먹구름처럼 보이니까요. 술마시고 자다가 새벽 두시에 잠깐 깬 것 같은 가라앉은 목소리나 한 번도 머리를 안 빗은 것처럼 분방한 스타일 외에도 이들이 지닌 매력의 가장 큰 부분은 '모호함' 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것도 뻔하지않고 아무것도 들키지 않는것. 이건 막상 겪게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종류의 매력입니다. 표현으로 치자면 '호수 같은 눈동자' 나 '찌는 듯한 더위' 가 아닌, '갑판 위에 엎드린채' (이건, 뮤지션 별의 음반 타이틀입니다)정도랄까요. 그래서 갑판 위에 엎드려서 뭘 했다는 건지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모든일에 오뚜기 벌떡 일어나듯이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마세요. 분명 기분이 상한 것 같긴한데 별 말이 없을 때 더 마음이 쓰이는 것처럼, 조용히 반응하고 천천히 대답해 주세요. 성격이 화통하다거나 뒤끝이 없다는 말은 '매력적' 이란 얘기와는 뉘앙스가 다릅니다. 사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의 여자인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여자는 더이상 섹시하지 않은 것처럼(그런 의미에서 공개연인임을 선언하는 연예인 커플 중에 여자 쪽이 더 용감합니다), 낮에는 누굴 만나 뭘하고 밤에는 주로 어디에 가는지 너무 뻔한 사람은 만나게 되도 그리 반가울 게 없습니다. 금요일밤의 클럽에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같은 말을 듣는 건 정말이지 너무 시시합니다. 이쯤에서 언젠간 꼭 하려던 얘길 하자면, 섹스라이프를 포함한 스스로의 사생활을 여기저기 떠벌리는 남자는 '매력' 이란 말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로고로 칠갑을 한 가방이나 엉덩이가 우둘투둘한 데도 히프를 찢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 알전구를 빙 둘러 박은 노래방 간판처럼 상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매력적인 제스처'라는건 우아한 동작이나 신사적인 행동의 개념을 떠나서, 결국 어떤 종류의 궁금증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든 그 순간의 기분이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내색이든 간에 다 들통나버리면 그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집니다. 호기심을 상실한 호감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그러니 매력적이고자 하는 당신, 부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들키지 마세요.
// GQ KOREA 2005년 11월호 P.S
패션디렉터 강지영
세상에는 재킷을 입을때 어깨의 각도와 담배를 피울 때 둘째 손가락의 방향까지도 멋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회전스시집의 트레일러에서 고등어초밥이 놓인 접시를 골라 자기 앞에 놓는 동작마저도 멋지기 마련이지요. 그런가하면 얘기를 할 때 윗입술의 모양은 뒤집어진 홍합 같고 옆 사람에게 귓속말을 할 때의 손동작은 야비한 아첨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함께 있다보면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워서 차라리 그시간에 집에 앉아 곰눈도 붙이고 토끼배에 솜도 넣어 십원씩이라도 버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 됩니다.
'매력적인 제스처'는 얼굴의 생김새나 다리길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목소리나 머릿결처럼 태생부터 타고나는 것도 있습니다만, 매력을 발산하는 결정적인 매개체는 목소리보다는 말투, 머릿결보다는 고개를 숙이는 포즈입니다. 클로에 세비그니나 레오그레고리 같은 배우는 '차밍함'이란 걸 손에 쥐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이들이 안고 있으면 비둘기도 왕관앵무새처럼 보이고, 단지 그들이 거기 서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지대의 매연도 비를 품은 먹구름처럼 보이니까요. 술마시고 자다가 새벽 두시에 잠깐 깬 것 같은 가라앉은 목소리나 한 번도 머리를 안 빗은 것처럼 분방한 스타일 외에도 이들이 지닌 매력의 가장 큰 부분은 '모호함' 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것도 뻔하지않고 아무것도 들키지 않는것. 이건 막상 겪게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종류의 매력입니다. 표현으로 치자면 '호수 같은 눈동자' 나 '찌는 듯한 더위' 가 아닌, '갑판 위에 엎드린채' (이건, 뮤지션 별의 음반 타이틀입니다)정도랄까요. 그래서 갑판 위에 엎드려서 뭘 했다는 건지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모든일에 오뚜기 벌떡 일어나듯이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마세요. 분명 기분이 상한 것 같긴한데 별 말이 없을 때 더 마음이 쓰이는 것처럼, 조용히 반응하고 천천히 대답해 주세요. 성격이 화통하다거나 뒤끝이 없다는 말은 '매력적' 이란 얘기와는 뉘앙스가 다릅니다. 사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의 여자인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여자는 더이상 섹시하지 않은 것처럼(그런 의미에서 공개연인임을 선언하는 연예인 커플 중에 여자 쪽이 더 용감합니다), 낮에는 누굴 만나 뭘하고 밤에는 주로 어디에 가는지 너무 뻔한 사람은 만나게 되도 그리 반가울 게 없습니다. 금요일밤의 클럽에서 여기 있을 줄 알았어, 같은 말을 듣는 건 정말이지 너무 시시합니다. 이쯤에서 언젠간 꼭 하려던 얘길 하자면, 섹스라이프를 포함한 스스로의 사생활을 여기저기 떠벌리는 남자는 '매력' 이란 말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로고로 칠갑을 한 가방이나 엉덩이가 우둘투둘한 데도 히프를 찢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 알전구를 빙 둘러 박은 노래방 간판처럼 상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매력적인 제스처'라는건 우아한 동작이나 신사적인 행동의 개념을 떠나서, 결국 어떤 종류의 궁금증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든 그 순간의 기분이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내색이든 간에 다 들통나버리면 그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집니다. 호기심을 상실한 호감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그러니 매력적이고자 하는 당신, 부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들키지 마세요.
// GQ KOREA 2005년 11월호 P.S
패션디렉터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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