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February, 2016

2016

그는 팔걸이가 있는 검은 인조 가죽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밖의 숲은 가을의 숲이다.
상수리나무의 키가 은행나무의 키를 벗어나고 있다.
박새 두 마리가 떨어지는 눈처럼 떨어지다 숲 속으
로 사라진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햇빛이 그의 등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나는 식은 커
피를 한 모금 마신다.

////커피, 이준규




그날도 역시 난
비에 젖은 들쥐처럼 지쳐 있었지
가득찬 연기와 술향기에 뒤섞이는 빈 웃음소리들
눈을 마주친 언제인가 만난듯한 검은 눈동자
우린 짧지만 깊은 눈빛과 설레이는 인사를 나눴지
바로 이 순간 우리 외에 남은 것은 푸른전구빛 뿐
언제 나와 같이 저 귀여운 아름다운 달빛속으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너와 나 사이의 이 푸른빛이
그래도 역시 나는 말을 하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언제까지나

아직도 남아있는 할 말이 더 있다면 바로 지금 해
그래 어차피 모든 것이 다 이렇게 흘러가니까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남은 것은 푸른 기억들뿐
언제 우리 다시 점심이나 저녁이나 함께 하겠지

역시 아침은 다시 나를 찾고
우리들은 슬픈 세상 속으로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겠지
비에 젖은 들쥐처럼 지쳐있을 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너와 나 사이의 이 푸른빛이
그래도 역시 나는 말을 하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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